뉴질랜드 한인여성 1호 야구심판 탄생 화제
뉴질랜드 한인여성 1호 야구심판 탄생 화제
  • 노창현 특파원
  • 승인 2013.11.29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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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등 1인5역…최성자 굿데이뉴질랜드 공동대표
▲ 뉴질랜드 한인여성 1호 야구심판 탄생 최성자씨. 골드건스 야구단도 창단
 뉴질랜드 야구 역사상 최초의 한인여성 심판이 탄생했다. 그것도 50대의 중년에 올린 개가여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최성자(53 크리스틴 전)씨. 27일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에 따르면 최성자씨는 뉴질랜드 야구협회(BNZ)와 오클랜드 야구협회(ABA)가 함께 실시한 심판강습회를 통해 정식 자격증을 획득했다. 뉴질랜드 2호 여성 심판이었다.

최씨는 지난달 20일 열린 U13(13세 이하 유소년) 야구대회에서 1루심으로 나서는 등 이틀 연속 두 경기를 소화한데 이어 같은 달 열린 시니어경기인 베이스볼 클래식에도 심판으로 투입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먼 이국에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어 야구심판까지 된 것은 무슨 인연이었을까. 최성자씨는 뉴질랜드 전역에 발행되는 한인신문 ‘굿데이 뉴질랜드’의 공동 대표이다. 이 신문의 발행인인 남편 전창선씨와의 뜨거운 야구 사랑이 한인시니어 야구팀을 창단시켰고 급기야 심판 자격증까지 따는 열혈 여성으로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 고교 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모으던 소녀 시절부터 두 오빠를 따라 야구장에 갔을만큼 야구를 좋아했던 그녀는 지난 2009년부터 신문에 야구 기사를 싣기 위해 일요일마다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편을 따라 나서게 됐다.

기록을 하고 사진도 찍느라 점심을 거르기 일쑤인 남편이 안쓰러워 동행한 것이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남편이 야구를 하고 싶다는 얘기에 35세 이상의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창단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신문에 선수 모집광고를 냈더니 불과 3주만에 28명이 모였다. 야구에 목말라 하던 이들이 한인사회에 꽤 있었던 것이다. “2009년 12월 28일에 창단모임을 갖고 첫 연습을 시작한 것이 2010년 1월 2일 토요일이었어요. 모두가 다 들뜬 소년 같은 모습으로 가족들과 함께 야구하기 위해 모였던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팀 이름은 골드 건스. 본래 올드 건스(Old Guns)로 하려 했지만 둘째 딸이 “황금의 중년인데 Gold Guns(goldguns.goodday.co.nz)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팀이 생겼으니 훈련장도 필요했고 시청과 야구협회에 이런저런 연락을 취하는 행정 업무를 맡게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팀 기록원이 되었단다. 현재 야구단에서 직책은 회계 담당 겸 총괄매니저 겸 기록원 겸 심판이다. 남편은 단장이지만 그녀는 대외적인 업무에 대표로 참석하고 있으니 ‘극강’의 1인5역이다.

기록을 하면서 판정이 가끔 의아하기도 하고 좀 더 확실한 기록을 하기 위해서 심판 교육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심판강습회에 등록, ‘야구 열공’에 나섰다. 영어로 하는 교육이다 보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집에서 복습을 하고 해외의 베테랑 심판들이 와서 실시하는 이론과 실기 교육까지 참여한 끝에 대망의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5학년 아줌마’가 야구 심판이 되겠다고 하자 주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절대 못한다.” “왜 하려고 하느냐? 그냥 기록이나 제대로 해라.” “공에 맞으면 무척 아플 텐데…” “야구를 좋아 해도 그렇지, 하다하다 이제 심판까지 되려 하냐” 등등 정말 다양했다.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심판 장비가 제대로 없으니 남의 것을 빌려 실전 연습을 했는데 마스크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자꾸 시야를 가려 실습 내내 애를 먹었다. 또 서로 돌아가면서 피칭 기계에 볼을 넣거나 포수가 되어 공을 받아 줘야 했는데 포수 역할은 시도해 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구심 훈련 때는 몸 쪽으로 너무 바짝 붙어 들어오는 공이나 반대로 많이 빠져서 들어오는 공처럼 판정이 쉬운 볼을 제외하고 모호한 공에 대해 심판장이 왜 볼이나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는지 물었다. 보크에 대한 판정과 베이스에서 아웃과 세입의 판정 역시 결코 쉽지 않았다.

1루심으로 들어간 데뷔전에선 긴장한 탓에 입으로 ‘아웃’ 하면서 손짓은 ‘세이프’를 선언하는 촌극도 있었다. “그날 경기를 지켜 보던 심판장이 서두르지 말고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카운트를 하고 판정을 하라고 알려 주었어요. 정확한 위치에서 침착하게 볼을 끝까지 지켜 보고 귀로 듣는 것과 동시에 눈으로 확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요.”

국제 경기에서도 심판들이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고 자신도 처음 심판 봤을 때의 에피소드를 말해주며 용기를 북돋아준 덕분에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골드 건스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성장을 하고 있다. 2010년 오클랜드야구협회가 주최하는 정규리그에 참가한 지 3년만인 2012~2013 시즌에 페넌트레이스 1위 챔피언대회 2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2010년 5월엔 크라이스트처치의 한인 야구팀 코위언즈를 초청해 ‘아일랜드 시리즈’를 치뤘고 2011년 4월엔 오클랜드,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의 한인 팀들을 초청 해 전국한인야구대회를, 지난 달엔 한국 대만 일본 유럽계와 뉴질랜드 팀이 겨룬 ‘시니어 베이스 볼 클래식’을 개최했다.

올 시즌부터 오클랜드 야구협회의 공식 승인을 얻어 시니어 베이스 볼 클래식을 정규 시즌 개막전으로 매년 노동절(10월 마지막 주 월요일) 주간 휴일에 개최키로 했다. 이같은 활동에 힘입어 ABA와 BNZ에서 투표권이 있는 클래스 A 멤버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성자씨는 본업인 ‘굿데이’에서도 교육문화사업을 강화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하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에 한류 열풍이 뜨거워짐에 따라 신문은 물론, 웹사이트(www.goodday.co.nz)를 통해 매주 한편씩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향후 한글 교육은 물론, 깊이있는 한국문화도 온오프라인으로 전할 계획이다.

2009년 설립된 교육문화재단에서 공동구매사업(www.good2you.co.nz)을 운영하면서 상품공급업체인 라벤데일과 함께 수익금 일부를 2세 교육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최성자씨는 “최근 경기 상황도 있고 하다 보니 모으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일을 기획하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뜻있는 분들이 나오세요. 내년엔 온오프라인을 통한 백일장을 기획하고 있구요, 골드 건스를 통해 한국 야구의 힘도 보여줘야죠”하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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