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도주 피의자 "교도소 또 가기 무서웠다"
함평 도주 피의자 "교도소 또 가기 무서웠다"
  • 배동민 기자
  • 승인 2014.01.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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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워서 무조건 달렸습니다"

전남 함평경찰서 읍내파출소에서 도주했다가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힌 절도 용의자 김모(26)씨는 1일 경찰 조사에서 "지명 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다시 교도소에 가는 게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2월 절도 미수 혐의로 구속돼 4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추운 겨울 또 다시 교도소에 갈 처지에 놓이자 김씨는 필사의 도주를 선택했다.

김씨는 전날 도주하던 상황에 대해 "수갑을 찬 양손이 아프다고 여러번 하소연하자 경찰이 수갑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줬다"며 "잘 하면 수갑에서 손을 뺄 수 있을 것 같았다. 10분 넘게 안간힘을 쓰자 손이 빠졌다"고 말했다.

수갑에서 어렵게 손을 빼낸 김씨는 파출소 현관문을 열고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파출소 주차장에서 3m 높이 아래 빈집 공터로 뛰어내렸다.

왼쪽 다리에 통증이 왔지만 아파할 틈도 없었다. 김씨는 달리고 또 달렸다.

한 참을 달린 김씨는 뒤쫓는 경찰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멈춰섰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지만 갈 곳이 없었다.

눈 앞에는 짙은 어둠 속에 펼쳐진 논과 밭 뿐이었다. 파출소에 임의 동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지갑과 소지품을 절도 사건의 증거품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주머니에는 돈 한 푼이 없었다.

함평 지리를 잘 몰랐던 김씨는 "불빛만 보고 논길을 걷고 또 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시간여를 걸은 끝에 김씨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함평의 한 숙박업소 앞이었다.

숙박료를 낼 돈이 없던 김씨는 몰래 숙박업소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이 열려 있던 3층 빈방을 찾아 들어갔다.

추위와 두려움에 떨었던 김씨는 긴장이 풀리면서 밀려오는 졸음을 쫓지 못하고 방 문을 잠근 채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왼쪽 다리 통증이 점점 심해졌지만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이날 오후 1시50분께 방안에서 잠을 자던 김씨는 "비슷한 사람이 입구 앞을 서성였다"는 숙박업소 사장 아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을 덮친 경찰에게 붙잡혔다. 김씨의 손에 또 다시 수갑을 채운 것은 전날 자신의 손목에 채운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줬던 읍내파출소 경찰들이었다.

김씨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제서야 경찰에게 "왼쪽 다리가 너무 아프다"며 도움을 청했다. 경찰과 함께 간 병원에서 김씨는 왼쪽 다리 인대가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고 응급 조치를 받았다.

그렇게 교도소를 가지 않기 위해 벌였던 김씨의 필사의 도주는 하루 만에 끝났다.

한편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도주 경위 등을 조사하는 한편 절도와 도주, 병역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함평=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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