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재판관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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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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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아직도 우리 법정은 돈이 재판관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는 11일 그룹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게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는 “개인적인 치부 목적이 아니라 한화그룹 전체의 재무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뤄진 범행”이란 이유를 내세워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여기에 항상 재벌들에게 한결같이 덧붙여진 참작 사유는 “우리나라 경제 건설에 이바지한 공로 및 현재 건강 상태”이란 말도 빠지지 않았다. 그룹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면 이것은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 경제에 폐해를 끼친 것이다.

또 같은 재판부는 이날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 역시 재판부는 구 회장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 외에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화 김승현 회장은 구속된 이후 내내 건강 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병원에서 편하게 치료받으며 지내왔다. 이게 또 무슨 특혜인가.

재벌들에게 이처럼 관대한 재판부는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거액의 탈세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김종호 부장판사)는 12일 재용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했다. 전 전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재용씨와 이씨에게 징역 6년과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서민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어머 어마 금액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처럼 집예 유예로 풀려 날 수 있다면 대체 감옥에 들어 갈 범죄는 얼마나 많은 액수의 범법 행위를 해야 하는가. 예전 서울서부지법 형사 합의 12부는 2012년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경영 공백이나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고 밝히 바 있다.

여론은 이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09년 7월 도입한 양형 기준을 엄격히 따르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1년 6개월이 흐른 지난 11일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유죄로 인정된 배임액은 모두 1585억원. 양형기준 상 300억원 이상의 배임죄의 경우 기본 형량 5~8년에, 감경 요소를 감안해도 최소 징역 4년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에 대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정찰제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김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이유를 밝힌 피해 회복, 혹은 경제발전 공로, 건강 상태 등은 이같은 '3·5제' 판결을 받은 여러 재벌 총수들에게 공통적으로 제시된 양형 사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2008년 7월 11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판결문에 역시 “국가경제 발전기여”를 빠뜨리지 않았다. SK글로벌 분식회계로 기소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받은 박용성,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역시 비슷한 이유로 3·5제 선고를 받았다.

이 정도면 재판부는 판사가 재판을 한 것이 아니라 돈이 재판을 했다고 해야 한다. 세상에 경제에 공헌을 끼친 사람이 어찌 재벌인가. 우리 경제발전은 국민들이 산업 현장에서 혹은 각자 일터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혼신을 다해 일한 덕분이다. 오히려 재벌들은 국민들의 힘겨운 노동에 힘입어 호화 호식을 누린 자들이다. 더구나 자신의 손으로 일군 기업이 아니라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부를 이용해 대기업 총수가 된 자들이다. 이들이 우리 경제를 발전 시킨 주역이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결국 돈이 재판정까지 지배한 이 나라의 법정에 언제 쯤 정의로운 법 집행이 가능할까. 그래서 국민들은 또 다시 유전무죄 무전 유죄를 잊지 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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