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입양아출신 감독 ‘피부색깔=꿀색’ 뉴요커들 깊은 감동
韓입양아출신 감독 ‘피부색깔=꿀색’ 뉴요커들 깊은 감동
  • 노창현 특파원
  • 승인 2014.06.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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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입양아출신 감독 ‘피부색깔=꿀색’ 뉴요커들 깊은 감동..작가가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
17일 뉴욕 맨해튼의 예술전용관 트라이베카 시네마. 영화 상영은 끝났지만 관객들은 대부분 엔딩 자막이 나올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깊은 감동의 여운이 남은듯 상념에 잠기거나 눈시울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영화가 상영된 시간이 한국-러시아의 월드컵 경기와 겹쳐 한인들은 거의 없는 대신 뉴요커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이우성)이 마련한 ‘2014 한국영화의 밤’ 세번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된 이날 영화는 ‘피부색깔-꿀색(Approved for Adoption)’으로 벨기에로 입양돼 프랑스에서 그래픽노블 작가로 활동중인 융 에낭(한국명 전정식 50)의 자전적 작품이다.

5살 때 낯선 벨기에로 건너간 한국인 소년 ‘융(Jung)’이 새로운 가족속에서 생활하지만 차별의 상처를 안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성장담을 그렸다. 특히 작가가 직접 그린 정감넘치는 수묵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과 어린 시절 동영상, 훗날 한국에 가서 입양의 흔적을 찾아가는 장면 등 ‘실사’와 ‘애니’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영화속 꼬마 ‘융’은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는 말썽쟁이다. 남들과 다른 외모, 어렸을 때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그의 마음속에 내재돼 있었다. 어느날 한국에서 또다른 입양아가 오면서 양부모의 관심에 질투하고 거듭된 문제들로 급기야 양어머니는 그를 ‘썩은 사과’로 부르며 체벌을 가한다.

‘융’에게 만화는 자신을 위한 피난처였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친엄마를 그리고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었다. 일본과 일본문화에 심취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감때문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렸을 때는 한국에 대해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왜 한국은 이렇게도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시킬까’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어난 나라를 부정하며 살다보니 어느덧 내 자신이 불행하단 걸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부색깔=꿀색’에선 소외감에 시달리는 주변의 다른 한국계 입양아와 또다른 아시안의 얘기도 나온다. 자살하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줄창 담배만 피우며 고뇌하는 이도 있었다. 역시 한국서 입양된 막내 여동생은 25세에 의문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입양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한국 여행에 나선 ‘융’은 그 과정에서 낳아준 어머니도 한국의 역사 문화적 배경속에 어쩔 수없는 선택이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벨기에 어머니가 사실은 얼마나 그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깨닫는다. 벨기에인이자 한국인, ‘융’의 피부색은 노란색이 아니라, 달콤한 사랑의 꿀색이었다.

이날 미국 관객들은 감상평을 통해 “주인공이 가족의 사랑을 깨달으며 양어머니와 포옹하는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다” “만화와 동영상, 다큐필름이 정말 멋지게 어우러진 작품”이라며 찬사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한인관객 박지영씨는 “주변에서 많이 본 입양아들은 대부분 밝고 스스럼없지만 속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커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입양가정을 위한 정말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 영화는 그동안 세계 80여개 영화제에 초청된 가운데 “풍부한 감성, 유머와 우아함”, “치유와 용기에 관한 이야기” 등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2012년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초청작으로 선보여 관객상과 특별상을 수상했고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대상, 관객상), 아니마문디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작품상),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관객상, 유니세프상)을 휩쓰는 등 23 차례나 수상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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