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사회로 돌아가자
철학이 있는 사회로 돌아가자
  • 임헌준(아산 예은교회 목사)
  • 승인 2014.08.12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헌준목사
2014년도 대한민국은 깊은 어둠 속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302명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세상을 떠난 세월호의 비극, 청소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인 여학생을 납치하여 집단으로 폭행하고 살해한 사건,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과 사병 폭행 사망 사건, 경악할만한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숭고한 생명이 아주 하찮게 다루어지고 있고 삶의 바른 가치가 무너져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바닷물 속으로 잠기고 있을 때, 현장에 해양경찰이 출동해 있었는데도, 그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구조 활동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희생자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울분을 터뜨리게 하였다.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온 국민들의 눈앞에서 일어났다.

세월호 사건은 항해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보다 사고 후 배가 물속에 완전히 잠길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생명을 살리려는 혼신의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죽게 했다. 양상은 다르지만 여고생 납치 폭행 살해 사건이나 군부대 총기 사건과 폭행 사망 사건이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무시되고 삶의 참다운 가치가 무너진 것이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하는가?’ ‘무엇을 위하여 하는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 이 세 가지 물음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오래 된 것이다. ‘왜’는 존재나 일의 ‘까닭’에 대한 것이고, ‘무엇을’은 존재나 일의 ‘가치’에 대한 것이고, ‘어떻게’는 삶과 일의 ‘방식’에 대한 것이다. 이 물음들은 철학의 바탕이고, 이 물음들에 대한 대답은 역사의 바탕이 되고 역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방식을 제시한다.

옳든 그르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왜냐고, 무엇이냐고, 어떻게 하느냐고 묻고 대답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지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철학이 사라진 사회가 된 것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철학과가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철학이 없이 그냥 산다. 욕망에 따라 산다. 돈의 노예가 되고, 정욕의 불나방이 되어 산다. 그 결과 오늘처럼 우리 사회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지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철학이 있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자녀들이 <‘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며 살도록 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명의 존엄성을 깊이 인식하고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이 일은 몇몇 사람의 힘이나 몇몇 단체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가정, 학교, 사회, 정부가 함께 뜻을 모으고 애를 써야 한다. 교회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이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먼저 교회 안에서 성도들과 자녀들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생명의 떡’(요 6:35, 48)이시고 ‘세상의 빛’(요 8:32)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내야 한다.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고 생명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교회가 교회로서의 책무를 잘 감당해야만 한다. 모쪼록 우리 사회가 이 깊은 어둠에서 벗어나 밝은 빛 가운데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