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으면
사람은 죽으면
  • 향강 장정문목사
  • 승인 2014.09.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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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문목사<신학박사,시인>
2014년 추석절이다.  어제 추석날, 나는 몇 분과 동행하여 수원 연화장의 납골당에 다녀왔다. 나와 가까운 여성분의 삼촌이 유골함에 봉안되어 있는데 그 네모진 작은 함 앞에서 그 가족들과 함께 그의 천국안식을 위해 기도를 했다. 많은 유골함들이 각각 꽃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좀 놀란 것은 그 납골실 고인들이 대부분 나보다 연하이다.  나도 이제 죽음이 가깝다는 암시인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음으로써 그 생명이 완전히 끝나고 마는가. 아니면 저 피안의 세계에서 영생하는 것인가. 인간이 이 지상에서 살아오면서 계속 물어온 고전적 질문이다. 그런데 이 오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어렵고 불확실하다. 철학자들도 종교인들도 그 해답이나 생각이 서로 다르다. 영(靈)의 존재를 강조하는 희랍철인 플라톤은 영혼불멸을 가르쳤고 에피큐리안을 비롯한 유물론적 사상은 영혼의 존재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영의 존재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간 입장도 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인데 인간의 이성(理性)은 영원히 존재하지만 육체 없는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종교인 혹은 신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역시 그들의 가르침도 서로 다르다. 부활신앙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죽음의 문제나 사후의 생명에 대해 해답이 확실할 것 같으나 그렇지도 않다. 그리스도인은 죽으면 주님의 재림 때까지 무덤에서 잠을 잔다든가 그 영혼이 천국과 지옥의 중간인 연옥에 가있다든가 혹은 십자가상에서 회개한 강도처럼 죽는 즉시로 낙원에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두 애매하고 불확실한 말들이다.

  이제 죽음에 대한 필자자신의 신앙을 말하기에 앞서 나의 목회경험 하나를 얘기한다. 내가 캐나다 중서부 서스캐처원 주의 한 서양인교회에서 목회할 때이다. 빌 스미스라는 83세 된 스코틀랜드 계 할아버지가 프린스 앨버트시에 있는 한 양로원에서 독감으로 누워있어 찾아갔다. 꼬장꼬장한 성격의 이 노인은 우리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였던 그의 아내가 십여 년 전에 별세한 후로 농장의 옛집에서 혼자 살았는데 점점 몸이 허약해져서 양로원으로 옮겨온 것이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영어로 기도했다. "하느님, 빌 스미스씨의 병환을 치료해 주소서." 기도가 끝났을 때 그는 내게 불만스러운 말을 했다. 자기는 어서 속히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가서 아내와 함께 살고 싶은데 왜 그의 독감이 낫도록 기도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소원대로 되게 해달라고 다시 기도할 수는 없다. 그의 질환은 괜찮아졌지만 지금은 생존해 있지 않다. 그 노인은 소원대로 천국에 가서 아내와 함께 다시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 인간은 자신이 의식하거나 아니거나 그의 깊은 영혼은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고 죽음 이후의 생명에 대하여 묻고 있다. 하지만 그 해답이 어려운 것은 사후의 세계가 공간과 시간의 차원이 아닌 초월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유한한 인간은 그 초월의 차원을 이 시공(時空) 세계에서의 지식과 경험을 투사하여 생각하고 상상하며 그런 시공의 언어로 표현한다. 말하자면 천국에 가서 별세한 아내나 남편 혹은 부모를 만나 이 세상에서 처럼 함께 살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만약 저세상에서도 젊고 늙음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이 있고 죽음도 있다는 말이 된다. 영원한 천국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다. 時空 없는 초월의 차원이 어떤 것인지 우리의 인간 언어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이 純粹理性으로는 시공을 넘는 靈性의 진리를 인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분명 우리 時空的 인간은 천국으로 표현되는 초월의 靈的차원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칸트는 그 초월의 차원이 어떤 경우 신앙인에게 부분적 혹은 단편적으로 계시된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계시의 지식으로 死後에 나타날 영생의 신비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신비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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