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 130년, 그리고 내일의 모습
한국기독교 130년, 그리고 내일의 모습
  •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15.04.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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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아펜젤러(Appenzeller, H.G.)와 언더우드(Underwood, H.G.), 이 두 미국인 선교들을 빼놓고 한국기독교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펜젤러는 감리교에서, 언더우드는 장로교에서 파송된 선교사로 1885년 4월 5일(부활절) 같은 배를 타고 부산을 거쳐 제물포에 도착했다. 저들은 이 땅에 복음 전파를 목적으로 입국했지만, 그 당시 이곳의 형편은 복음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수준과 민도(民度)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저들은 조선이 외세의 압력으로 쇄국정책을 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개방과 개혁의 길로 들어서던 때에 내한했기 때문에 복음뿐만 아니라 한국을 개화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함을 절감했던 것 같다. 저들의 선교 지향점이 복음과 교육을 통해 한국을 개화하는데 맞춰진 것은 이 때문이라 하겠다.

기독교는 이 땅에 뿌리를 내려가며 서구식 교육을 통해 한국을 근대화하는데 선도역할을 했고, 민족의식을 함양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기독교가 독립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일제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고, 창씨개명, 신사참배, 천황숭배를 거부하며 저항하자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압살수준에 이르렀다. 한편 친일목사들과 배교자들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외치며 기독교 대표자로, 민족지도자로 둔갑했다. 저들은 일본에 가서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참배하고 가룟 유다가 되어 귀국했다. 심지어 신참반대로 신학교가 폐쇄되자 “충량유위(忠良有爲)한 황국(皇國)의 기독교 교역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신학교를 세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일본의 패망으로 한국기독교의 제1기 60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1945년 8월 15일은 민족의 해방일이며 동시에 한국기독교의 제2기 60년이 시작되는 원년이기도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1월 1일 현재 개신교는 876만 명에서 862만 명으로 14만 명 감소했다. 1945년부터 성장위주로 교세를 확장해가던 개신교가 60년의 한 주기를 마무리 짓는 목전에 감소하기 시작한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한국기독교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에 비친 한국기독교는 더 이상 성스러운 종교가 아니다. 복음을 ‘정의와 평화’라는 이념으로 해석하며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하려는 책동, 성직세습과 성직매매가 관행처럼 되어가고, 목회자들의 물욕(物慾)과 성욕(性慾)과 권력욕(權力慾)이 세속의 범죄수준을 능가하는 오늘의 한국기독교를 보며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일부 신학자들이나 목사들, 그리고 교단이나 교회연합기관을 장악하려는 몇몇 교계지도자들의 일탈행위정도로 보아줄 수는 있겠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한국기독교, 더 이상 구원의 종교가 아니다!”라는 부정적 인상으로 남게 된다.

2065년은 2005년부터 시작된 제3기의 60년이 끝나는 시점이다. 2005년부터 한국기독교는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65년쯤에는 한국기독교가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의 군소종교로 전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교와 유교는 그 세를 다하며 이 땅에 문화유산을 남겨놓았고, 지금도 우리는 그 영향 하에 살고 있다. 기독교도 언젠가는 쇠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기독교는 이 땅에 무엇을 남겨놓게 될 것인가. 문화유산은 고사하고 한국인의 삶을 약동시킬 수 있는 생활철학조차 없지 않은가.

무엇이 한국기독교를 몰락의 길로 몰아가는가? 한국기독교의 무분별한 세속화와 급진적인 탈기독교화, 이단의 창궐과 사이비 목사들의 분탕질, 목사들의 타락과 분파행위, 기독교인의 감소와 기성교인의 이탈, 타종교와의 갈등과 광신주의, 기독교 자체를 부정하는 국민정서의 확산, 21세기 우주과학시대의 세계관에 속수무책인 창조론의 딜레마 등등 이런 제 요인들이 한국기독교를 몰락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한국기독교 지도자들이 진솔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한국기독교 중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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