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문에…손님 뚝, 경동시장 가보니
'가짜' 백수오 파문에…손님 뚝, 경동시장 가보니
  • 유자비 기자
  • 승인 2015.05.28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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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동시장
 "확 죽었죠. 보다시피 길거리에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40)씨는 "장사가 어떠냐"는 물음에 "여름은 안 그래도 비수기인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국내 한약재의 70%가 유통되는 이곳은 평일 오전 시간임을 감안하더라도 한산했다. 전국 최대 약재 시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했다.

1000여개 업체들이 밀집해 손님 발길이 이어지던 경동시장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시작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하루 1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던 점포가 요즘은 30만원도 벌기 어려워졌다고 한탄한다. 우리도 3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백수오뿐만 아니라 약재 시장 전체가 불황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인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는 홍삼, 황기 등을 파는 약재 점포들 사이로 양파 등의 식재료를 산 시민들이 일부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들어가 구매하는 이는 보기 힘들었다.

그는 "백수오 논란은 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 사이에서 터진 문제인데 이 곳 상인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라며 "현재 약재 시장뿐만 아니라 한의원도 손님이 줄고 있다"고 호소했다.

"호미로 막을 문제를 가래로도 못 막은 격 아닌가."

30년 넘게 경동시장에서 약재를 판매해온 조모(73)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어정쩡'한 대응이 소비자들 불신을 키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엽우피소에 독성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알리기만 했어도 불신이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상인들은 소비자들이 찾는 약재를 농가로부터 공급받아 팔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장부도 보여줬다. 장부에는 백수오를 1근당 1만7000~1만8000원의 가격에 70~100근을 구매한 목록이 적혀 있었다.

조씨는 "파문이 터진 뒤부터 백수오 재고가 쌓여있는데 농가에 반품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약재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약재 시장 상인들이 전체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 관련 시장은 급성장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시중 유통되는 백수오 관련 제품 중 '진짜' 백수오 제품이 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약재, 식약처, 건강정보를 전하는 방송 등으로 퍼지고 있다.

한 상인은 "예전에는 TV에 어떤 약재가 좋다는 사례가 소개되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해당 약재를 찾으러 왔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손님들이 없다"며 "정부가 시중 유통되는 약재를 확실히 관리하고, 언론도 무조건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약재를 다루는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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