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신학, 무엇이 문제인가?
천체신학, 무엇이 문제인가?
  • 한숭홍 박사 (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15.06.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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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숭홍박사
서양 기독교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신학마저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서양 신학은 이미 그 원천이 말라버려 더 이상 생수를 쏟아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런 징후를 이미 20여 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지적하며, “서양신학의 종언”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역설하곤 했다.
    
20세기 중엽이후 기독교 신학을 이끌만한 군계일학의 신학자가 부재한 상황이 되자 수많은 이름의 ‘신학’(?)이 난무하며 세계 신학계를 어지럽혀왔다. 종교신학, 다원주의 신학, 과학신학, 초혼신학 등등 다양한 명칭의 신학들과 각 문화권의 전통사상이나 무속신앙을 기독교의 케류그마로 해석하며 기독교 자체를 훼절하는 신학 아닌 신학까지도 신학으로 행세하는 형국이 지금의 현실이다.  
    
20세기를 마치며 최후의 불꽃을 피웠던 신학은 해방신학이었다. 이 신학은 프롤레타리아트에 초점을 맞춘, 기독교 신학을 마르크스주의로 이데올로기화한 기독교사회주의의 한 유형이다. 본래 해방신학은 자본주의 사회구조에서 소외된 민중의 해방을 목표·지향했지만 소련의 붕괴(1991년 12월 25일)로 실패한 신학임이 입증되었다.     
    
서구신학 종속주의가 심한 한국 신학계에서 세계 신학계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자 초조한 나머지 신학대학교마다 외국 신학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에게서 신학의 새로운 동인을 얻어 보고자 경청하곤 하지만, 초대된 강사들의 신학 수준은 기대치이하인 경우가 대다수다. 한국 신학자들의 신학정도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올해 4월 28일 한신대학교 ‘종교와 과학센터(CRS)’ 주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흥미 있었던 주제는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TU)의 피터스(Ted Peters) 교수 강연 ‘천체신학(天體神學, Astro-Theology)’이었다. 나는 그의 강연 내용에 대해 논평할 의사가 전혀 없다. 다만 천체신학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간단히 논술하려고 한다.
    
천체신학이란 용어 때문에 일반인들은 창세기를 현대과학의 관점에서 새로 해석한 진화론적 신학이거나 우주에 관한 또 하나의 신학주의가 아닐까 추측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상은 용어에 대한 착시현상 때문에 생긴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천체신학은 기독교 신학이 아니다. 천체신학은 고대 그리스와 중근동 지방의 신화와 우주론을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신화적 종교론이다. 천체신학은 오르페우스교, 헤르메스 신화, 헤라클리트, 피타고라스, 신플라톤주의, 점성술, 12성좌(Zodiac), 조로아스터사상(Zoroastrianism), 영지주의, 연금술 등등 다양한 고대 사상들과 세계관들이 혼합된, 일종의 밀교(密敎) 같은 종교주의에 불과하다.

천체신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고대신학(prisca theologia)’으로 규정하며, 정통 신학 이론의 하나로 역설한다. 하지만 저들의 사상은 정통 기독교에서는 수용할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는, 이단적 요소가 혼합된 신비주의의 한 형식일 뿐이다. 천체신학을 주장하는 대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보나치(Santos Bonacci)는 예수를 태양으로, 12제자들을 12성좌의 별자리로 규정하며, 기독교를 태양숭배의 종교로 단정한다. 이 정도의 개괄적 서술만으로도 독자들은 천체신학의 문제가 무엇인지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서양 신학의 밤하늘을 보며 한국 신학의 여명을 기다려왔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심정을 둔필(鈍筆)로 표현하며 동료, 선·후배들에게 한국 신학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권하곤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칼날 같은 예리한 비판뿐이었다.”(한숭홍, 『신토불이 신학 논고』, p. 133).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한국 신학자들이 서구신학 종속주의에서 탈피하여 ‘한국인에 의한 순수 한국적인 신학’을 창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여명의 새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를 맞이할 수 있는 날은 언제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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