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러기 인생인가...
나는 기러기 인생인가...
  • 향강 장정문 목사
  • 승인 2015.07.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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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러기 인생인가. 한평생 정처 없이 떠도는 인간인가. 며칠 후에는 내가 북미주에 사는 내 가족을, 마지막 기회로 가서 만나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묻는 것이다.

수십 년 전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기러기아빠니 기러기가족이니 하는 말이 생겨 유행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해외유학과 이민을 가게 되면서 사정상 가족 간에 헤어져 살게 되고 1, 2년 혹은 수년이 지나서야 그 외국으로 혹은 고국방문으로 날아가 혈육을 만나는 모습들이어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럼 기러기가족이란 좋고 즐거운 말인가. 이민 혹은 이산가족마다 사정이 좀 다르겠지만 대체로 기러기 가족들은 외롭고 슬픈 마음들이다. 아내 혹은 자식들이 너무도 멀고 먼 나라에 살고 있어 보고 싶어도 쉽게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1969년 여름 뉴욕으로 도미유학길을 떠날 때 가족은 한국 땅 서울에 남게 되었지만 내 마음은 靑雲의 꿈을 품고 희망이 넘쳐 그 비행이 즐겁고 기쁘기만 했다. 하지만 이삼년 가족과 헤어져 있게 되니까 외롭고 슬퍼졌다. 그 후 가족이 캐나다이민으로 오게 되어 캐나다에서 다시 함께 살게 되었지만 내가 기러기 인생인지 이러 저러한 사정들이 생겨 가족과 여러 번 떨어져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교회와 공직에서 은퇴한 만년인생이 되고는 나만이 한국 땅에 나와 살아가는 신세가 된 것이다. 좋게 말해서 조국이 좋고 조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그렇게 되었지만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한 죄책감이 크다. 또 한편 자식들이 한국으로 나를 따라올 수 없는 사정도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기러기 이산운명이 되었다. 나는 한국전쟁 중에 탈북자가 되어 오랜 세월 부모동생들과 헤어진 실향민인데 남한의 처자식 혈육과도 떨어져 있는 인간이 되어있으니 외롭고 슬픈 기러기인생인가. 내가 불행한 인간인지 그렇지는 않은 지 나 자신 확실치 않다.

내 자식들 삼남매와 손녀 손자들은 모두 캐나다와 미국의 명문대학들을 졸업해서 의료계 교육계 금융계의 전문직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 자손들에게는 확실히 북미주가 고향이나 다름없는 터전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해외와 모국 어느 쪽으로도 정착하지 못하는 떠있는 나그네랄까, 그런 기러기운명인 것 같다. 조용히 가족과 함께 은퇴생활이나 하며 여생을 보내야 할 인간이 아닌 것도 이산의 원인이다. 나의 관심과 삶인 문학예술과 철학, 신학의 연구와 집필, 이에 따른 많은 활동을 버릴 수 없으니 말이다.

기러기 인생은 청장년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이 되면 먼 해외여행이 힘들고 어려워진다. 젊었을 때에는 해외여행이 신나고 즐겁지만 나이 많아 허약해지면 그렇지 못하다. 내가 아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 교포노년이 내게 들려준 말인데 캐나다에서 구라파여행이나 한국모국을 다녀온 한국교민노인들이 속히 운명한다고. 기압변동이 있는 고공비행이 노인들에게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철새인 기러기도 늙으면 멀고 긴 하늘을 날아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캐나다와 미국에 사는 가족이 지금도 그립고 보고 싶지만 이제는 북녘 땅 평안남도 成川, 대동강변의 고향마을이 더 그립고 가고 싶다. 나의 부모님과 선조님들이 땅에 누워계시는 그 고향땅 선산묘소 가까운 고향마을에 가서 살다가 때가 되면 어린 아이처럼 내 아버지와 두 분 어머니 옆에 묻혀 잠들고 싶다. 그런데 어쩌다 이 나라가 지금까지 남북분단의 비극을 면치 못하고 있어 고향에 갈 수 없으니 가슴 쓰리게 아프구나. 하지만 조국통일의 날은 불원 올 것이라고 믿는다. 하늘이여, 이 나라 이 민족이 어서 속히 통일조국을 보게 하소서. 이 겨레들이 분단장벽 없는 남북 서울과 평양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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