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귀에 경 읽기, 그래도 독경은 필요
쇠귀에 경 읽기, 그래도 독경은 필요
  • 한숭홍 박사 (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15.09.17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숭홍박사
지난달 4일 오전 7시 40분, 파주 육군 1사단 비무장지대(DMZ) 이남 440m 지점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의 관심은 북한의 도발에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쏠려있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있을 때마다 역대 대통령들은 확전을 피해야 한다며 수동적 대응을 한 후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달러와 물자를 퍼주면서 사태를 마무리 짓곤 했기 때문에 이번 도발에 대한 여자 대통령의 대처능력을 눈여겨 본 것이다. 김정은도 이번 도발로 박 대통령의 통수권을 테스트하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도발에는 격멸(擊滅)로 응징하겠다는 원칙과 의지를 표명했고, 제3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하여 군 대비태세를 점검하며 '선 조치 후 보고'를 군의 대응지침으로 하달했다. 박 대통령의 결전의지가 확고부동함을 확인한 북한은 ‘48시간 안에 확성기 철거하라’며 최후통첩 했던 시한을 2시간 앞두고 서둘러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남북 양측은 25일 오전 2시 <남북고위급 회담 공동합의문>을 발표했고, 우리 측은 당일 12시부터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북측 대표단은 "둘째,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함"이란 내용이 명문화된 문서에 서명하며 공식적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남측은 사실상 김정은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유감표명') 문서를 받아냈고, 앞으로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그에게 각인시켜주었다. 
    
남북 간에 감돌던 위기상황이 이렇게 종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적전분열을 조장하거나 남남갈등을 획책했던 특정 정치인들과 친북성향의 재야인사들 및 종교인들, 무분별한 주장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려 했던 일부 정치평론가들과 군사전문가연하는 방송 패널리스트들의 언설도 자유권 행사로 볼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확성기 중단 인색하지 않아야!”, “필요하면 확성기 중단도 고려”, “남북 경제 붕괴되면 미·중·일 손에 들어가”, “목함지뢰 북한 지뢰 아닐 수 있다”. 대체로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그에 상응하는 응징을 하려하면 ‘확전은 피해야한다’며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북한은 ‘도발하고 위기조성 할 때마다 실리를 챙기는 나쁜 버릇’을 대남정책의 일환으로 도구화하게 되었고, 남북관계의 이러한 악순환 고리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것이다. 아직도 정치권의 일부 인사들은 이 고리를 악순환의 구조로 보려하지 않고, 퍼주는 것을 미덕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도발이 있을 때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교묘한 수사(修辭)로 친북 성향을 드러내곤 했다. “지뢰폭발 사건 이후 지속되는 긴장상태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극단적인 강경 대응으로 더 큰 군사적 충돌의 빌미를 주고 있다”며 정부를 질책하는가 하면, “본회는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북측의 전문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치 않는다”며 “본회는 남북정부가 국민과 일선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군사적 충돌과 대북확성기방송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적으로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보도나 <로동신문>의 논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도발로 김정은은 되로 주고 말로 받을 뻔했지만, 대화의 길을 택함으로써 ‘도발-격멸’이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의 대남정책이 변했으리라고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가 화전양면 전술로 남한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지 않는 한, 그와 남북 화해와 교류를 논한다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그래도 독경은 필요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