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길이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길이다?
  • 임헌준(아산 예은교회 목사, Ph.D)
  • 승인 2015.10.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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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헌준목사
‘구원(救援)’이라는 말을 기독교에서는 ‘죄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일반적으로 ‘위험하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한글 성경에서 ‘구원’으로 번역하고 있는 용어들도 본디 그런 뜻으로 쓰이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구원하다’로 많이 번역되고 있는 히브리어 동사 ‘야사’는 ‘어려운 처지나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예. 출 14:30; 민 10:9; 신 20:4; 22:27; 28:29; 33:29 등). ‘야사’의 명사형인 ‘여수아’는 ‘구원, 구조, 구출, 부유, 번영, 승리’ 등의 뜻으로 쓰인다(예. 창 49:18; 출 14:13; 15:2; 신 32:15 등). 그리고 동사 ‘나찰’도 ‘야사’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예. 창 37:21; 출 5:23; 12:27; 18:4, 8, 9; 신 23:14 등). 이밖에, ‘(생명을) 살리다’는 뜻을 지닌 동사 ‘하야(חָיָה)’가 한글 성경에서 ‘구원하다’(창 19:19),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창 50:20)로 번역되기도 하고, 또 ‘소생, 생명을 보전함’의 뜻을 지닌 명사 ‘미흐야(מִחְיָה)’가 “생명을 구원하시려고”로 번역되기도 하였다(창 45:5).

신약성경에서 ‘구원하다’로 많이 번역되고 있는 헬라어 동사 ‘소조’는 ‘구원하다, 치료하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구하여 내다’ 등의 듯을 지니고 있다(예. 마 1:21; 8:25; 9:21, 22; 막 5:23, 28, 34; 행 2:21, 40, 47; 롬 10:9 등). 그리고 명사 ‘소테리아’는 ‘구원, 구조, 부유, 번영, 보존, 안전’ 등의 뜻으로 쓰인다. 이밖에 한글 신약성경에서 ‘(위험에서) 구하다, (부수어진 것을) 복구하다’ 등의 뜻을 지닌 동사 ‘루마이’가 ‘구원하다’는 말로 번역되기도 하였다(예. 마 6:13; 27:43).

한글 구약성경뿐만 아니라 신약성경에서도 ‘구원’이라는 말은, ‘죄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가리킬 때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낫는 것’(예. 마 9:21, 22; 막 5:23, 28, 34; 눅 7:50; 8:48; 행 4:9),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는 것’(예. 마 8:25; 14:30 등) 등을 가리킬 때에도 쓰이고 있다.

‘구원’은 ‘죄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구원’이라는 말은 성경에서도 ‘죄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만 한정되어 쓰이고 있지 않다. 게다가 교회 바깥 사회에서는 ‘구원’이라는 말을 주로 ‘위험하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킬 때에 쓰고 있다. 교회는 ‘구원’이라는 말을 할 때 이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길이다.’라는 말이 교회 안에서는 별 문제가 없이 이해될 수 있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볼 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다. 세상에 구원의 길, 구원의 방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픈 것을 치료하는 병원과 의료진도 수없이 많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그 형편에 따라 아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외치는 교회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思考)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독교인들을 향해 아주 독선적이고 배타적이라고 비난하는 게 당연하다.

이제라도 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길이다.’라고 하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사람이 죄와 사망에서 벗어나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라고 해야 한다. 문장이 좀 길어지더라도 뜻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고, 듣는 사람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적절하지 않은 표현으로 말미암아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우리로 하여금 ‘죄와 사망’에서 벗어나 ‘의(義)와 생명’을 얻게 한다는 맥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며 그분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갈 자가 없다(요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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