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단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전날 정진엽 복지부 장관을 만나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절차상 부적절했음을 지적하며 사실상 자신사퇴를 종용한 상급기관인 복지부에 백기를 든 것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거취를 표명할 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기금운영본부장 임명권자가 공단 이사장이라고 하더라도 복지부 장관의 승인은 거쳐야 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최 이사장은 임면이 아니라 연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장관 승인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인사권 다툼처럼 보이지만 기금 운용을 둘러싼 이견이 갈등의 핵심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은 기금 운용 보고 체계로 오랫동안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본부장은 독립성 보장을 주장했지만 최 이사장은 중요 투자건은 자신에게 보고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 당시 홍 본부장이 외부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체 논의만으로 찬성을 결정한 것이 갈등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등 지배구조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자율성과 전문성을 위해서는 연금공단에서 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홍 본부장에 힘을 실어줬다.
복지부는 협의중인 사안을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에 대한 절차상 문제만을 거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홍 본부장의 연임에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지난 19일 국민연금공단 이사회에서 주체는 밝히지 않았지만 "연임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정해놓고 있었다"며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복지부 혹은 여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본부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15회 동기동창이다. 2년전 본부장에 임명됐을 때도 이 인연으로 유력 후보들을 제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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