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영 ·러 , 여객기 추락 원인 놓고 '신경전' 펴는 이유
미 · 영 ·러 , 여객기 추락 원인 놓고 '신경전' 펴는 이유
  • 이지예 기자
  • 승인 2015.11.06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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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참한 여객기 추락현장
미국, 영국과 러시아가 이집트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미·영이 폭탄 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면 러시아가 곧바로 이를 일축하는 식의 팽팽한 기싸움이 한창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탄이 기내에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언론에 "폭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 당국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한 여객기 폭탄 테러설이 갈수록 힘을 받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의 수장들이 나서 기내 폭탄 설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고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같은 추론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이 직접 나서 서방이 제기한 폭탄 테러설을 여러차례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금 시점에서는 하나의 이론만이 믿을 만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미리아 자크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영국 정부가 폭탄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러시아와 공유하지 않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수사팀에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하라고 지적했다.

사고 당사국인 러시아가 미국과 영국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러시아가 불과 한 달여 전 IS 퇴치라는 명목을 내걸고 시리아 공습을 시작한 만큼 이번 사고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여객기 격추로 러시아에 보복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IS 박멸을 강조한 러시아 정부의 이미지에 실추일 뿐만 아니라 시리아 사태 개입에 부정적인 러시아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고 미국 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은 설명했다.

모스크바에서 독립기구인 정치정보센터(CPI)를 운영하는 알렉세이 무흐킨 소장은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와 이집트가 진행 중인) 조사에 관여하고 있지 조차 않다"며 "두 나라가 자신들이 밝혀 냈다는 내용들을 갖고 딱히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무흐킨 소장은 "내가 보기에 이들은 러시아 사회에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한다.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 개입이라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심는 데 이번 비극을 악용하려 하는 것"이라며 미·영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러시아 야권을 자극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안전도가 높지 않은 자국 중소항공사 여객기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고기가 소속된 코갈림아비아 항공사는 지난 2011년에도 활주 중 엔진 화재로 3명이 다치고 43명이 다치는 참사를 냈다.

모스크바 소재 카네기센터의 알렉세이 말라셴코 박사는 "러시아 여객기 이용 중 참사에 가까운 두 번의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시나이 참사는 기술적 결함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IS는 이런 일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가 IS와 연관이 있는 것이 드러날 경우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국의 군사활동 확대를 위한 대중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간 타임지는 분석했다.

미국인 60% 이상이 오바마 행정부가 IS의 위협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중동 내 IS 공습에 소극적이던 의회의 태도에 변화를 촉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IS의 여객기 격추가 사실이라면 IS가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현재까지 IS의 활동은 서방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국한돼 있었다. 서양인 인질 참수 역시 모두 중동 안에서만 벌어진 일이다.

타임지는 국제선 항공편 격추는 IS가 가하는 위협이 전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 줄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IS와의 전쟁이 선택에 따른 소규모 전쟁에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더 큰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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