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시대, 종말론에 대한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 필요
종말의 시대, 종말론에 대한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 필요
  • 크리스챤월드모니터
  • 승인 2015.11.27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말론’은 기독교 신앙의 ‘핵’

성경을 신앙 교과서로 삼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는 ‘종말론’이다. 기독교 신앙이 궁극적으로 종말에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종말론을 부정하는 교회는 기독교가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종말론이 기독교에서 갖는 비중에 대해 루터와 칼뱅 이후 최고의 개신교 신학자로 불리는 칼 바르트는 “그리스도교가 철저하게 종말론적이지 않다면 그리스도교와 어떤 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 튀빙엔 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칼 바르트 이후 현대 신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개신교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도 “기독교는 전적으로 종말론이다. 전 교회의 성격이 종말론적으로 지배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가 견지하는 종말론의 요점은 ① 마지막 심판(종말)은 반드시 있다, ② 종말의 시기는 아무도 알 수 없다, ③ 그러므로 매 순간 주의하고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교회가 가진 종말론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과연 언제 종말이 올까 하는 문제는 인류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장로교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해설서는 종말의 시기에 대하여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날에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다. 그때 세상은 종말이 되고 만물은 풀어질 것이다. 그러나 주의 날이 도적과 같이 오리니 그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벧후 3장 10절)”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 교회 목사들은 “때가 가깝다”(계 22장 10절)는 성구를 인용해 지금이 그 때와 시기와 맞닿아 있음을 끝없이 상기시킨다.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재난과 환란을 언급하며 이것이 성경의 마지막 시대 징조(마 24장)이고, 우리가 마지막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각성시키며 느슨해진 신앙에 팽팽한 긴장감을 주입하기도 한다.

정동섭 목사(가족관계연구소장,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자문위원)도 지난 6월 12일자 <교회와 신앙> 기고글에서 “우리는 특별한 ‘종말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는 마지막 때로서, 세상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이 절정에 이르기 직전의 시기”라며 “‘때가 가까우니라.’(계 22:10). 우리가 지금 요한계시록에서 경고하는 말세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말세에는 네 가지 징조가 있다. ① 사람의 징조 ‘미혹’이다(마 24:4) ② 환란의 징조 ‘난리’이다(마 24:6); 처처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③ 자연의 징조 ‘재난’이다(마 24:7-8); 지진과 화산폭발, 쓰나미가 일어나고 있다 ④ 종교적 징조 ‘이단’이다. 각종 사이비종교가 난무하고 있다(마 24:11, 23-24). 우리 모두는 기름을 준비한 지혜로운 다섯 처녀처럼 다시 오시는 주님을 기쁨으로 맞을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전쟁과 재난과 재앙’을 ‘말세의 징조’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종말의 때와 시기임을 확신하는 것을 보니 종말이 임박했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는 듯하다.

‘시한부’에서 시작된 종말론 역사

종말론 가운데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도 다름 아닌 ‘때와 시기’이다. 현재 한국 교회는 ‘때와 시기’에 대하여 질색한다. 성경은 ‘때에 대하여는 아무도 모른다’, ‘도적과 같이 임한다’고 했기 때문에 때와 시기를 미리 예측하고 특정하는 것은 비성경적이라고 규정한다. 종말 시기를 미리 예측해 특정 연도, 일자, 시간을 언급하는 것이 시한부종말론이다. 교계는 이러한 시한부종말론 주장자와 추종자를 이단·사이비로 규정해 배척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교회의 종말론은 시한부종말론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초창기 한국 기독교 신앙은 시한부 성격이 짙었는데, 서구의 종말론이 그대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로마의 히폴리터스(262년)로부터 유명한 교부 신학자 어거스틴(650년), 개신교 탄생의 주역인 마르틴 루터(1556년)까지 많은 이들이 연도를 특정해 종말이라고 주장했다.

‘장로교의 대부’ 혹은 ‘한국 교회의 아버지’라 추앙되는 길선주 목사는 대표적인 시한부종말론 신앙의 소유자였다. 그는 한국 교회 시한부종말론의 최초 주창자이기도 하다. 길 목사는 ‘말세론’ 강의를 통해 말세의 징조를 29가지의 내증과 6가지의 외증으로 열거하며 긴박감을 조성하고 신도들에게 종말사상을 고취시키면서 장로교 부흥을 이끌었다. 그는 ‘지진의 발생’, ‘전화와 라디오의 등장’, ‘여권신장’, ‘장갑자동차의 발명’ 등을 말세의 징조로 보았다.

1936년 1월 19일 종말론에 이어, ‘예루살렘 멸망’과 ‘평양 멸망’을 외치며 1974년이 재림의 해이고, 모세에게 명한 희년을 계산하여 2002년에 지상 천년왕국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길 목사의 이러한 종말사상은 현재 장로교 종말론의 근간이 됐다. 소위 정통 개신교에서 시한부종말론자들이 대거 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다미선교회 이장림도 성결교회의 협동목사였고, 대다수 시한부종말론자가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등 개신교 출신이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길 목사의 종말론은 분명 시한부종말론이고 배척의 대상이다. 그런데 그는 다른 시한부종말론자들과 달리 여전히 교계의 선망과 존경이 대상이다.

‘종말론’을 대하는 한국 교회의 양면성

한국 기독교 종말론의 시초가 시한부이기 때문인지 소위 정통 교단 목사들에 의한 시한부종말론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천 숭의감리교회의 이호문 감독은 1989년을, 예장통합 소속 서울홍익교회 김태복 목사는 저서 <한국의 시대가 오고 있다>에서 1990년을 전후한 3년 사이를 종말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도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등에 근거해 1999년을 ‘종말의 해’라고 설교했다. 이들은 시한부종말론을 금기시하는 교단 소속임에도 이단·사이비로 규정된 바 없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또한 동영상 설교와 세미나 녹취록 등을 볼 때 연도(2000년 안)를 특정해 종말이라고 수차례 주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조 목사는 여러 문제점으로 예장통합 등에 의해 이단·사이비성이 있다고 규정된 바 있지만 현재 철회된 상태다. 당시 사이비 규정에 대해 그는 ‘연도만 말했을 뿐 일시를 특정 안 했는데 시한부종말론자로 몰리는 건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2011년 3월 22일자 한겨레신문 기사).

이렇듯 한국 교회는 같은 시한부종말론을 놓고 양면성을 보인다. 어떤 이에게는 이단·사이비라는 낙인을, 어떤 이에게는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다. 왜일까? 교세의 영향일까, 아니면 ‘제 식구 감싸기’일까. 내부 문제를 끄집어내 교단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쉬쉬하고 넘어간 것일 수도 있다.

시한부종말론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거나 피해자를 낳았을 때, 교계와 사회에서 동시에 문제가 됐다. 다미선교회 이장림은 1992년 시한부종말론으로 재산헌납·자살·가출·이혼·직장포기·학업중단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며 피해자를 낳았고,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살았다. 신문지상에 대국민 사과광고를 실었고, 교회까지 폐쇄조치당해 사실상 조직이 와해됐다. 2000년을 전후해 활개치던 천존회 역시 교주가 시한부종말론으로 신도들을 속여 재산헌납·직장포기·자살 등 큰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실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 조희성의 영생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시한부종말론이 사회적으로 온갖 피해와 폐단을 일으키면 엄중한 법의 잣대로 심판을 받아야 함은 물론 도덕적·윤리적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종교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순기능을 감당하는 것이 종교 본연의 사명이고 성경의 올바른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된 종말론으로 인해 성경적 종말론까지 오해를 사서 ‘종말론’ 자체가 반사회적인 교리로 인식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시한부’ 딜레마에 갇혀 박제된 종말론

시한부종말론으로 인한 불미스런 역사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시한부종말론=재산헌납·자살·이혼·가출·학업중단·직장포기’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을 이용해 기성교단의 소위 정통파 목사들은 자신들 내부에서 불거진 시한부종말론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면서, 신진 세력이나 눈에 거슬리는 존재를 견제하고 축출하려고, 그들의 성경적인 종말론을 ‘시한부종말론’으로 둔갑시켜 이단·사이비라고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초기 기독교 ‘부흥 도구’로 활용하던 것을 견제 세력을 척결하는 무기로 재활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기성 교단의 모함과 음해로 시한부종말론 집단 또는 주장자로 오해받는 교단과 교회가 생기는 궁극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므로 어느 교회나 ‘종말론’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기득권 세력이 신진 세력을 배척하기 위해 ‘시한부종말론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례를 보자. 마태복음 24장은 예수님께서 종말의 징조, 재림의 징조를 묻는 제자들에게 그 징조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내용이다. 따라서 성경적인 종말론을 설명하고 가르칠 때 마태복음 24장을 인용하는 것은 필수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앞서 한국이단상담소 자문위원 또한 ‘종말 시대의 4가지 징조’로 마태복음 24장을 인용했다. 그러나 ‘환란의 징조(난리와 전쟁)’, ‘자연의 징조(재난-지진과 화산폭발, 쓰나미)’에 대하여 소위 정통파 목사가 인용하면 ‘성경적 종말론’이 되고, 신진 세력이나 소위 비정통파가 인용하면 ‘시한부’ 또는 ‘임박한 종말론 주장자’로 매도된다.

실제로도 특정 종파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시한부종말론자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시한부종말론은 재산헌납 등 문제를 유발하는 반사회적 종교단체’로 자동 인식되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손쉽게 ‘문제 집단’으로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한부종말론자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 사회문제가 되는 사례가 있고, 성경적인 종말론조차 ‘시한부종말론’으로 매도되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은 아예 종말론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자연 종말론이 기독교의 핵심 교리임에도 신도들은 교회에서 종말론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게 되었다. 성경적인 종말론임에도 자칫 시한부종말론으로 비쳐져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설교나 학습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종말의 시대에 필요한 건 종말론에 대한 유연한 사고

종말론이 구원과 직결되는 교리임에도 일체 함구한 채 종말의 징조와 재림의 징조를 알리지 않고 종말에 임하는 신도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독교인들이 입으로는 ‘말세’, ‘종말의 시대’라고 부르짖으면서도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면 이는 ‘기독교인의 직무유기’이다.

최근 CBS 등 기독교방송 등을 중심으로 ‘종말론 특강’ 등 강의나 설교를 가끔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종말론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고가 곱지 않고 경직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건강하고 성경적인 종말론은 신도들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테러와 전쟁과 재난과 환난이 난무하는 종말의 시대, 구원을 갈망하는 신도들에게 성경이 가르치는 건강한 종말론을 제대로 알려주어야 할 때가 됐다. 종말론에 대한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시한부’ 딜레마에 갇혀 성경책 안에 박제되어 있는 종말의 시대를 향한 하나님 구원의 메시지를 꺼내야 한다.

‘그 날과 그 때’는 알 수 없지만 말세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의 신앙은 재림의 순간만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는 ‘망부석 신앙’이나, 더디 오리라 생각하고 술친구와 더불어 허랑방탕하는 ‘좀비신앙’이 되어선 안 된다.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종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주는 삶을 살다 재림의 순간을 맞아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