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추석절을 맞이하여
2016년 추석절을 맞이하여
  • 향강 장정문<철학박사>
  • 승인 2016.09.0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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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강 장정문<철학박사>
2016년의 추석절이다. 한창 맹위를 떨치던 炎天大王이 處暑가 되면서 약해지더니 짙푸른 높은 하늘, 시원한 중추절 추석이 되었다. 음력 팔월 보름 秋夕이라, 무슨 뜻인가. 배달 한겨레 우리민족은 오랜 세기동안 이 추석을 큰 명절로 지켜 즐겨왔다.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한’은 크다는 뜻,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이다. 우리민족은 추석이 되면 한해 농사를 잘 짓게 하신 조상님들을 고마워하여 차례제사와 성묘를 해 왔다. 나도 고향 소년시절 부친이 가르치는 제례의 예법을 따라 배워 절을 했다. 우리의 가정은 크리스천이 아니었다.

지금 회상하면 꿈만 같다. 내 인생 1950년 6월 비참한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실향인 세월, 북미주 해외에서 36년을 살다가 귀국하여 이제 팔십대 중반의 고령이지만 그래도 그 애틋하고 즐거웠던 그 고향시절의 추석절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고향 추석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 ‘추석절 향수’의 첫 한 두절 ... 하늘이 저토록/ 높고 파랄까/ 오늘이 추석이란다./.... 들국화 피는 들과 산길..... .... 나는 지금도 이 시를 읽어보며 눈물이 나온다.

1970년대 후반의 어느 해인가 캐나다의 시민권자로 북한고향방문을 갔다. 그 때가 추석 전날이었다. 나의 두 분 어머님들과 여동생들, 그 가족을 반갑게 만나 안으며 감격해서 울었다. 그날 밤 우리는 밤늦도록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 같으면 명절조상제사를 하는 밤이지만 제사는 없었다.

밤이 지나 추석날 오전 나는 동생들, 그 가족들과 함께 나의 조부님 산소에 간다. 내가 고향을 떠날 때 건강히 일도 하셨던 조부모님과 부친이 산중에 누워 계서 그 성묘를 가는 것이다. 먼저 조부님의 묘소로 간다. 약 30분 거리의 산골길 산중턱이다. 해외교민의 방문을 담당한 지도원 한 사람도 평양에서부터 차로 내 고향마을에 같이 왔는데 이 성묫길도 따라오는 것이다. 조부님산소 앞에서 제례를 다 마치고 가족이 묘소 앞에 자리를 깔고 음식을 나눌 때이다. 그 산꼭대기에 두 청년이 그들의 선조성묘를 하고 서성거리다가 내려와 우리의 자리에 끼어든다. 나보고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말을 들어보니 두 젊은이는 우리 마을의 종친으로 행렬 상 내게 동생벌이 되는 사촌간이다. 나보다 십년이하의 청년들이라 내가 고향시절에는 몰랐던 아이들이다. 이들의 집안은 좀 가난했다. 우리는 소주를 두 서 너 잔 건네며 이야기했다. 내 옆에 앉은 지도원을 의식하는 듯, “우리집은 빈농이었어요....” 북한에서는 보통 인사와 대화를 할 때 그의 출신이 빈농 혹은 노동자였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의심을 받지 않으니까...

그 산소 앞 식사를 마치고 나의 가족일행이 하산하여 마을 앞산에 모신 나의 부친묘소로 가는 길이었다. 그 지도원은 저만큼 누구와 함께 앞서간다. 이 기회를 노렸는지 그 두 청년 중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형님, 나 저 새끼 싫어요. 형님, 남조선이 더 잘 살지요?...” 뜻밖의 질문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몇 마디 대답했다. 겉으로는 빈농이니 사회주의 인민을 말하지만 속심은 다르구나.. 북한은 한국전쟁 전부터 우리민족의 전통적 명절이나 조상제례들을 봉건적 잔재라고 비판하며 없애고자 했다. 그래도 다 소멸시킬 수는 없어 부친, 조부모님묘소 정도는 묵인했지만 그것도 겉치레일 뿐이다. 북한의 명절이나 종교는 오직 김일성세습의 우상화와 그들의 묘소들, 그 김씨선조의 무덤들만 기리고 선전, 자랑하는 명절이다. 얼마나 한심한 상황인가. 어서 속히 북한독재가 무너져 조국통일이 되어 우리의 추석명절도 즐기게 되기를 학수고대하며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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