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핸드폰에 '원격통제 앱' 깔려는 회사…감시 논란
직원들 핸드폰에 '원격통제 앱' 깔려는 회사…감시 논란
  • 심동준 기자
  • 승인 2016.09.2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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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제조회사에 다니고 있는 30대 A씨는 출근할 때마다 해야하는 일이 있다. 회사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려 휴대전화 카메라 부분에 스티커를 붙어야 한다. 그래야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 회사 보안 정책상 회사 내부에서는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에서 권장하는 MDM(모바일단말관리·Mobile Device Management) 앱을 설치했다면 스티커를 받아 카메라를 가리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이 앱은 A씨가 회사 인근에 도착하는 순간 저절로 작동해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정지시킨다.

하지만 A씨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매번 스티커를 붙인다. 그가 앱을 설치 않고 스티커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회사 측에서는 되도록 MDM 설치를 권장하지만 나는 사용을 안 한다"며 "MDM이 기본적으로 휴대전화의 위치 등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마음만 먹으면 내 정보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이 회사에서 쓰고 있는 MDM 앱은 휴대전화를 '공장 초기화' 하더라도 개인이 삭제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이 말은 한 번 앱이 설치되면 프로그램을 만든 쪽에서 이를 삭제하기 전까지는 해당 스마트폰의 내부 정보를 계속 수집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업무 효율을 위한 MDM 설치 권장…"사실상 강요" 반발도

MDM은 원격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환경과 보안 설정, 특정 데이터 삭제 등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모바일 관리 체계다. 이 체계는 특정 앱을 설치한 경우 기본적으로 기기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사내 인트라넷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거나, 회사에 발을 들이게 되면 카메라·녹음기 같은 일부 기능을 정지시키는 등 원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쉽게 말해 '휴대전화 원격 통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MDM은 특히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통상적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삼성그룹 제조계열사는 물론이고 LG그룹, SK그룹, 포스코 등 대기업 다수에서 광범위하게 MDM을 활용 중이다.

회사들 가운데서는 직원의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효과적으로 지휘 통제를 하는 등 일종의 관리 목적으로 MDM 설치를 권장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실상 강요에 의해 설치를 종용받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제조계열사에서는 MDM 도입 초기에 설치 현황을 수치화 시켜 책임자급 임직원의 성과 측정을 위한 척도로 삼았다.

최근에는 KB국민카드 일부 임직원이 회사에서 MDM 설치를 사실상 종용했다고 반발하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KB카드는 임원과 부서장을 시작으로 MDM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일반 직원들로 점차 그 대상을 늘렸다. 이후 KB카드는 MDM 성취율을 따져 저조한 부서를 대상으로 설치를 종용하는 취지의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카드가 도입하는 MDM 앱은 사진 촬영과 녹음 기능 등을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 단위까지 위치 정보 노출…"휴가 때도 감시받는 기분"

문제는 MDM 기반 앱을 설치한 뒤 불편과 거부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퇴근을 해도, 심지어 휴가를 가더라도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면서 께름칙해한다.

미디어계열 N사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B씨는 "회사에서 MDM 기반 메신저를 사용하도록 요구한 뒤로 감시 받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MDM 기반 메신저에는 대화를 하는 순간 자신의 현재 위치가 동 단위까지 상대방에게 나타난다. 예컨대 그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서초구 서초동으로 이동하는 동안 해당 메신저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하면 그의 이동 경로 등을 고스란히 직장 상사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B씨는 "회사에서 이 메신저를 설치하고 이것으로만 대화하도록 했다"며 "내 위치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퇴근하고 난 뒤는 물론 휴가 때마저도 행선지 등이 저절로 공개되기 때문에 사생활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개인정보 수집·이용 MDM 인권침해 등 문제 소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MDM 기반 프로그램이 인권침해 등과 같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한다.

MDM 기반 앱은 휴대전화의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작동한다. 이런 점에서 감시 등 용도로 악용되거나 개인정보가 타인에게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 해당 앱이 특정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와 연계된 다른 다양한 개인 정보들에 대한 접근권한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해당 앱이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접근하거나 이를 수집 또는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여서 감시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윤숙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는 "회사에서 MDM 사용을 권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인사고과 권한을 가진 상사가 설치를 종용하는 등 사실상 강요에 해당하는 정황이 있었다면 강제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통신 수단으로 볼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 위치 정보가 드러나는 것은 일종의 감시로 볼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위치와 일시, 장소, 접속 기록 등 휴대전화 안의 정보를 취합하는 단말기 서버를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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