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미뤄진 노후 아파트,지진 나면 붕괴 위험"
"재건축 미뤄진 노후 아파트,지진 나면 붕괴 위험"
  • 이승주 기자
  • 승인 2016.09.21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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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실에서 대피방송이 나오더라고요. 그렇잖아도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인데, 너무 놀래서 옆집 사람들이랑 집 앞 미용실로 피신했어요."

지난 19일 저녁 경주에서 4.5도의 여진이 발생하던 때 경북 포항시 H아파트 주민들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아파트는 부실시공과 인근 지반공사 여파로 이미 18년 전 안전등급 D를 받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울어진데다 건물 군데군데 손이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나있다.

이 아파트는 지금이라도 당장 철거가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주민들과 인근 어린이집 사이에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오랜 기간 정비사업 추진이 미뤄져 왔다.

입주시부터 살고 있는 한 주민(57·여)은 "경주에서 지진이 날 때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아파트가 흔들리는게 느껴졌다"며 "그동안 당장 무너질 것 같았지만 재개발될 때까지 무탈하기만을 바랐는데 이번 지진이 나자 진짜 붕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전등급은 A에서 E까지 총 5등급으로 구분된다. 그 중 D등급은 구조적 결함이 발견돼 긴급 보수가 필요한 상태고 E등급은 철거대상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정비사업이 필요한 안전등급 D 이하 아파트는 지진 발생 시 특히 붕괴될 위험이 크다"며 "C등급도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지진 발생 시 안전하다고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70~1980년대에 지어졌지만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아파트가 위험이 노출돼 있다. 이들 아파트 대다수는 1988년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기 전에 지어져 대체로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오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안전등급도 D이하에 머무는 것이 대다수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D·E 등급을 받은 공공주택 건물이 올 6월말 기준 91개에 달한다. 상당수가 1970년대 전후로 지어진 아파트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정릉 스카이연립'도 붕괴위험에 노출된 곳 중 하나다. 지어진 지 47년 된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데다 안전등급도 E로 지금이라도 당장 쓰러질 것 같이 낡았다.

다행히 이 아파트는 지난 2008년 3월 주민 긴급 대피명령이 내려진 지 8년여만에 정비사업을 본격화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 철거 및 구체적인 정비일정은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이 일대에는 오래된 공동주택이 밀집해있다. 대다수가 어른 키의 수배에 달하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담 군데군데 균열도 눈에 띈다. 피해가 일대까지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1970~1980년대에 지어졌지만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아파트로는 경찰청 담벼락에 맞대어 있는 '서소문 아파트'나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자리한 '미동아파트'를 포함해 서울에만 수십개에 달한다.

조 명예교수는 "역사적으로 서울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던 만큼 서울을 지진 안전지대라고 낙관해서는 안된다"며 "서울은 주택 밀집지가 많아 지진이 발생하면 일대까지 피해가 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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