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철저하게 조사하여 진상을 밝히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시간을 끌면서 문제를 희석시키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흐지부지 끝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10.26으로 독재정권이 끝나나 했을 때 군부쿠데타가 일어나고 광주에선 민주화를 열망하던 수많은 국민들이 귀한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몇 년 후, 6.29 이후 새 시대가 시작되나 했는데 군부통치를 종식시키지 못하였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가 정권을 잡은 측의 힘이 강하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당시 내노라하는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국가 정치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단체들이 국민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였던 것도 새 시대를 열지 못하게 된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최순실 관련 사태는 어떻게 처리될까?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 이런저런 손들이 뒤엉켜서 잿밥에 눈독만 들이다가 국민들에게 상처만 주고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기우(杞憂)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것은 최순실 사태를 구성하는 틀이다. 그것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국기를 문란케 하고 이권을 챙긴 것이다. 곧 인맥을 악용하여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사리사욕을 챙긴 것이다. 국정을 농단한 것이다.
이런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 기업, 민간 조직, 어느 곳이나 할 것 없이 사람이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연, 혈연, 학연 등 별의별 구실을 만들어서 인맥을 형성하고, 그 인맥을 이용하여 정치를 하고 기업을 하고 온갖 일들을 처리해 간다. 그러는 과정에 법질서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한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보라. 시골구석에서 서울 중심까지 공공기관, 기업, 종교단체, 어디 할 것 없이 크기와 장소와 사람이 다를 뿐 같은 모양의 편법과 탈법이 횡행하고 있다. 교회에서도 악취가 진동한다. 몇몇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교단과 교계를 사유물처럼 들었다 놨다 한다. 온갖 불의와 불법과 악행을 일삼으면서 하나님의 교회를 욕되게 한다. 거기에서 하나님의 법과 진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말한다.
이런 국가 전반의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아야만 한다. 최순실 사태만 비난할 것이 아니고, 같은 모습의 자신도 바로잡아야 한다. 가정, 직장, 공공기관, 교회 등 사람 모이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체의 유사한 행태(行態)를 반성하고 척결해야 한다. 자신의 행태를 반성하지 않으면서 최순실 사태만 비난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거나 가까운 사람이라고 잘못하는 것을 뻔히 보고도 모르는 체하면서 다른 사람의 비슷한 행태에 대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목소리 높여 심판하는 것은 실로 역겨운 짓이다. 나부터 대통령까지, 나부터 교단 총회까지, 가정부터 나라까지, 개인과 단체와 국가가 모두 인맥을 악용하는 편법과 불법 행위를 척결해야 한다. 그리하면 최순실 사태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 우리 사회 개선에 그나마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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