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 한우농장의 바이러스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 항체 형성률을 97.5%로 보고 있던 방역 당국의 판단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 농가의 한우 20두를 조사한 결과 1두에서만 항체 형성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 상으로는 지난해 8월26일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돼 있지만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면 통상 6개월 이상 효력을 가진다.
앞서 구제역이 처음으로 발생한 충북 보은의 젖소 농장에서도 항체 형성률은 20%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위성환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진단과장은 "백신을 접종하면 소는 돼지에 비해 항체 형성률이 높기 때문에 정확히만 접종했다면 항체가 형성됐을 것"이라며 "냉장보관했던 백신을 실온 수준인 18℃까지 올려야 하는데 역학조사 결과 두 농장 모두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백신 접종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방역당국 내에서는 취약 농장의 기준을 잘못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현재 50두 이상의 소를 기르는 대규모 농장은 자체적으로, 50두 이하는 지자체에서 직접 관리를 하고 있다. 구제역이 확진된 보은과 정읍 농장 두 곳 다 50두 이상 농장으로 등록돼 자체적으로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가의 모럴해저드도 전염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김 실장은 "한우협회와 생산 농가를 통해 직접 확인한 결과 기피 농가가 분명히 있었다"며 젖소는 우유 생산량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 한·육우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유산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있어서 접종을 피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접종을 아예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방법을 숙지해서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내일부터 전국의 모든 소(330만 두) 에 대해 일제히 백신 접종을 하기로 했다. 현재 확보된 백신은 350만두에 놓을 수 있는 분량으로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과거 소보다 돼지에서 구제역 발병이 많았던 만큼 돼지의 방역은 강화하고 소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도 허를 찔린 배경이다.
김 실장은 "돼지는 항체 형성률도 소보다 떨어지는데다 과거 구제역 발생도 더 많았기 때문에 한 농가가 일 년에 최소 한 번 이상, 많은 경우는 4번까지도 일제검사를 해 왔다"며 "소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제시하는 정도로만 관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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