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사드 반입…기습 전개한 배경의 전말
예견됐던 사드 반입…기습 전개한 배경의 전말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7.03.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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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는 27일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 소유주인 롯데상사가 이사회를 통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제공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가 한반도에 들어왔다. 대통령 탄핵정국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 이뤄진 기습적인 반입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드 반입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방한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대선 전 배치를 합의한 이후 한달 만에 실행에 옮겨졌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7일 "대한민국과 미국은 한반도에 사드체계를 배치한다는 한미동맹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사드 체계의 일부가 한국에 도착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한·미가 불과 며칠 전까지 '연내 배치'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사드 포대의 한반도 반입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발사대 2기 등 운용장비 일부가 미 공군 수송기에 실려 한국에 들어온 만큼 나머지 장비들이 모두 들어오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다.

국방부가 내세운 표면적으로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고도화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고도화 되고 있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사드 배치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골적인 보복조치에 나선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판단이 우선했다는 반론도 적지않다. 도널드 트럼프 신 행정부 이후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배경에 대통령 탄핵 국면이 정점에 달한 것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과도 정부 상태에서 사드 배치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만들기 위한 '대못 박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일단 주한미군 자산인 사드를 반입하면 뺄 수 없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알박기' 형태다.

이러한 사드 알박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매티스 장관이 한국을 찾은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 상황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방한 기간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4, 5월 안에 무조건 사드 포대를 한국에 옮겨놓자는 내용에 합의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조금씩 바뀌어 온 한·미 양측의 발언의 뉘앙스만 봐도 사드 기습반입 움직임은 충분히 사전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으로부터였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4일 한 강연에서 "향후 8~10개월 안으로 사드 포대가 한국에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2017년 연말 배치를 목표로 한다는 한미 군 당국의 기조보다 5개월 가량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당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론이 비등하던 시점이었다. 동시에 미 대선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다. 한미 간 정치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는 판단이 사드의 조기배치 시도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사드 배치를 위한 움직임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브룩스 사령관이 조기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나흘 만인 11월7일 국방부가 사드 교환부지를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주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을 얻는 대신 반대급부로 롯데측에 남양주 군용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방부는 11월16일 롯데측과 사드 교환부지로 남양주 군용지를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 성산포대를 대신할 대체부지로 성주골프장을 확정·발표한 이후 47일만에 이뤄진 합의였다.

이때부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실무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게 된다. 롯데와의 부지교환 계약 체결은 물론 두 부지에 대한 상호 간의 감정평가도 이뤄지기 전에 환경영향평가 작업부터 착수했다. 12월20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용역업체를 선정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중학교 입학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는 사드 배치까지 절차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 ▲전략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3가지가 있다. 국방부는 이 가운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용역을 의뢰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가장 빨리 마칠 수 있다.

미군에 공여할 부지 면적도 정해지기 전에 33만㎡ 이하 부지에 대해서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택한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통상 6개월이 걸리는데 이미 3개월이 지났으니 3월 말, 늦어도 4월초에는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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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의 일부가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밝혔다. 사드 일부는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된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주한미군사령부 제공)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를 앞둔 시점이 되자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안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변인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사드 배치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정책적 결정이 끝났고 집행만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획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탄핵심판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 논의에 불이 붙었다. 토마스 밴달 주한 미8군 사령관은 한 언론간담회에서 "사드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조건(condition)에 따라 배치 시기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대선 시점과는 무관하게 진행된다며 밴달 사령관 발언에 진화에 나섰다. 문 대변인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국방부는 "사드는 자위권적 조치"라며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각에서는 사드 조기 배치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월 미국 방문 때 이미 제기됐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김 실장은 지난 1월6일 트럼프 신임 행정부 인사를 만나 한미 동맹 등 주요 안보 정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이 김 실장에게 사드의 조기배치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새로 취임했다. 또 취임 20일만에 첫 해외순방지로 한국을 택하게 된다. 매티스 장관이 한국을 첫 순방지로 꼽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매티스 장관은 방한 길에서 "한국과 사드 문제를 반드시 논의하겠다"며 한국 방문 목적이 사드 문제 해결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때 한 장관과 어떤 식으로든 대선 전에 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티스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 "우리는 한국 국민, 함께 서 있는 우리 병력(미군)의 보호를 위해 매우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사드 배치 등을 비롯한 방어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 뒤에는 '알박기 합의'를 선물로 안고 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매티스 장관 방한 뒤에는 난항을 겪던 롯데와의 부지교환 협상이 이뤄졌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군용지인 남양주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남양주 약 6.7만㎡와 성주골프장 부지 약 148만㎡를 교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때부터 사드 배치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한·미 간에 사드 관련 메시지가 이어져 나왔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부지교환 체결 하루 뒤인 지난 1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 장관은 매티스 장관과의 통화 후 "사드의 조속한 작전운용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속한 배치 수준을 넘어 작전운용을 언급했다는 점에 미뤄 이때 한국의 사드 포대 반입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환영의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반면 야당은 우려를 강력 표명했다. 중국 통으로 알려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관을 만나 중국 측의 보복을 고려해 배치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6일 "사드 배치를 조속히 완료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사드 포대 반입이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6일은 미국 텍사스 포트블리스에 전개 된 사드 1개 포대 중 일부가 오산 공군기지로 출발한 시점이다.

급기야 사드 발사대 2대 등 일부 운용장비가 6일 밤 미 공군 대형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를 통해 오산공군 기지에 기습 반입됐다. 한반도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 선언한지 1년여만에 한국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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