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진단하고도 신고 꺼린 병의원 1584곳 적발"
"전염병 진단하고도 신고 꺼린 병의원 1584곳 적발"
  • 김형섭 기자
  • 승인 2017.04.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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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감사원
일부 병의원들이 전염병 환자를 진단하고도 의료당국에 감염병 진단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당국의 소홀한 관리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 수두 및 볼거리 진단 신고를 누락한 의료기관(1584곳) 등 모두 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제1~4군 감염병의 확진 또는 의심환자나 병원체 보유자를 진단할 경우 지체 없이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은 전염병 진단 사실을 신고하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때문에 운영에 지장을 받거나 환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신고를 지연시키거나 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감사원이 제2군 감염병인 수두 진료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서울 소재 1499개 의료기관을 표본점검한 결과 81.5%인 1221개 의료기관이 감염병 진단 신고를 일부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단 한 건의 감염병 진단 신고를 하지 않은 곳도 893개나 됐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A의원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두를 주상병으로 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80건의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수두를 사유로 감염병 환자를 신고한 내역은 한 건도 없었다.

2군 감염병인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의 경우에도 표본으로 선정한 824개 의료기관 중 566개 의료기관이 감염병 진단 신고를 한 건도 하지 않는 등 79.6%인 656개 의료기관이 신고를 전부 또는 일부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들의 감염병 환자 진단 신고율이 낮은 것은 당국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의료급여 청구 기록을 활용하면 의료기관이 감염병 진단 신고를 누락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

낮은 처벌 수위도 한 몫 했다. 감염병 환자 신고를 지연·누락한 의료인에 대한 벌금의 상한액은 17년째 200만원에 불과한 상태다.

5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일본이나 의료기관 허가를 취소하고 의료인을 징계토록 하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처벌 수준이 미약해 의료기관의 자발적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게다가 2013~2016년 감염병 신고 의무 위반 때문에 고발된 97건 중 기소유예로 처리된 사건의 비중(37.1%)은 벌금형의 비중(37.1%)만큼 높았다. 벌금형을 받더라도 100만원 미만에 그치는 비율도 67.5%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2015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경기 오산의 B병원은 방역당국에 이틀 늦게 의심환자 진료 사실을 신고했지만 병원장은 기소유예로 처리됐고 담당의사는 7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감사원은 질병관리본부에 표본점검을 통해 수두 및 볼거리 진단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난 1584개 의료기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건강보험공단의 요양·의료급여 자료와 감염병 진단 신고 내역을 비교해 감염병 신고를 철저히 관리·감독하라고 통보했다.

보건복지부에는 감염병 진단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벌칙규정을 강화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정부가 지난 2015년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및 실행계획의 일부 과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주요 공항에 역학조사관을 배치하고 24시간 근무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역학조사관 증원 없이 검역인력만 31명 늘어났을 뿐이다.

그 결과 김포공항은 의사인 역학조사관조차 없어 검역인력이 역학조사를 담당하고 있었고 제주공항과 김해공항의 경우 1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역학조사를 전담하고 있어 교대 근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3명의 역학조사관이 배치돼 있지만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여서 감염병에 대한 24시간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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