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中 합작사 통해 국제사회 제재 회피" WSJ
"북한, 中 합작사 통해 국제사회 제재 회피" WSJ
  • 박영환 기자
  • 승인 2017.05.0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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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로 보이는 물체가 7일 날아가는 모습이 중국 단둥 쪽에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이 중국 기업들과 합작사를 꾸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중용도 제품 금수조치 등 대북 제재를 피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 회사인 미국의 사야리 애널리틱스(Sayari Analytics)를 인용해 중국의 리맥(Limac)과 조선련봉총회사(Korea Ryonbong General Corporation)가 지난 2008년 합작 투자 회사를 꾸린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북중 합작사는 북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탄탈룸, 니오븀, 지르코늄을 비롯한 광물 자원 채취를 주력 사업으로 한다. 이 광물들은 주로 휴대폰과 컴퓨터 제조에 쓰이지만, 핵 원자로와 미사일 등에도 들어가는 이른바 ‘이중용도’의 소재로 활용된다.

조선련봉총회사와 리맥의 이러한 수상한 동거는 미국 사야리 애널리틱스의 집요한 추적으로 드러났다. 이 미국 회사는 은행과 미국 정부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아왔다고 WSJ은 전했다.

북중 양국 기업의 이러한 파트너십은 북한이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의 제재를 어떤 식으로 회피해 왔는 지를 보여준다고 WSJ은 분석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앞서 올해 2월 북한이 로켓 부품과 항공기 부품을 중국을 경유해 입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 금융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합작사를 활용했다고 공표한 바 있다.

양사의 이러한 수상한 거래가 꼬리가 밟힌 것은 리맥이 미국 휴스턴에 계열사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리맥은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현지 투자 기회를 저울질해 왔다. 아울러 지난 2013년 미국 시장을 경유해 캐나다산 핵발전 관련 장비를 수입한 바 있다고 WSJ은 당시 세관 기록을 인용해 전했다.

산업용 장비를 만드는 이 중국기업은 지난 1953년 설립됐다.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2006년 북한에 있는 광산 사업으로 기업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 이 회사의 의장으로 공산당원인 우옌은 다음해인 2007년 채굴 전문가들로 이뤄진 팀을 대동하고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고 WSJ은 전했다.

북한의 조선련봉총회사는 앞서 지난 2005년 미국에 이어 2009년 유엔의 제재 대상에 잇달아 올랐다. 미국과 유엔은 당시 이 기업이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제조에 연루돼 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미국은 불과 6주 전에도 이 회사 근로자 3명을 제재 리스트로 올렸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국의 리맥측은 WSJ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북한 기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리맥은 합작 법인 출범 후에도 이 북한기업과 공조해 정기적인 사업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합작법인 출범 다음해인 2009년 이후 이 법인을 해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합작기업은 적어도 올해 2월까지 북·중 양국 접경지대인 단둥에 사무실을 등록해 운영하고 있었다고 WSJ은 이 중국기업 관련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아울러 리맥의 웹사이트는 양사가 지난 2011년 이러한 파트너십을 더 공고히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실은 WSJ의 이날 보도 이후 웹사이트에서 사라졌다.

이 합작사의 단둥 사무실은 올해 2월 등록이 취소됐다. 지난해 감사 자료(inspection paperwork)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북한 기업은 주하이에도 또 다른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교역(밀무역 제외)의 90%가량이 중국을 경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거래의 상당부분은 유엔의 현 지침아래서 적법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야리 애널리틱스는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 기업들도 600여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이 합작사 처리 여부는 미·중 관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앞서 지난주 미국이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중국에 크게 의지하고 있으며(leaning hard), 현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을 상대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앞서 작년 9월 북한과 핵개발 물질을 밀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 랴오닝훙샹그룹과 마샤오훙 대표를 비롯한 4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훙샹그룹을 대신해 북한과 밀거래를 할 중국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당시에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의 전·현직 외교 담당 관료들은 WSJ과 인터뷰에서 “리맥의 사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노력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평가받아온 중국의 역할을 보여준다”면서 “핵거래에 관여해온 중국 기업이 북한과 대놓고 공조해왔으며, 미국이 이 기업을 제재하지 않아온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외교관들은 “중국이 국경을 오가는 (북중간) 상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북한이 무너져 난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경제 동아줄(economic lifeline)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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