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정전협정일인 27일 우려했던 것과 달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 CNN이 미국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하면서 정전협정일을 계기로 군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추가 도발은 없었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는 여전하다. 북한이 지난 4월15일(김일성 생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탄도미사일 중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게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새 정부 출범 이래 시험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상형으로 개량한 북극성-2형 모두 올해 열병식에서 공개된 것들이다.
또한 북한이 지난 5월 북극성-2형 2차 시험발사를 한 다음 실전배치를 공식화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화성-12형과 화성-14형의 실전배치를 위한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 무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면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셈이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추진하는 목적이 '생존'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대화·제재 병행 기조도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장 북한이 핵 문제에 있어 전향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부터라도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에서다.
정부가 출범 직후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중단됐던 남북 민간 교류의 재개를 추진하고, 군사당국자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모두 남북 간 '단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새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공조하는 데 불만을 표출하며 민간 교류 재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을 목적으로 한 군사당국자회담 제의도 외면했다. 정부가 다음달 1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자고 제안한 남북 적십자회담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우선 끈기를 갖고 대화 재개 추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설령 북한이 추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의 대북 정책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더라도 "대화 기조 입장은 분명하다"며 주변 상황과 시점에 관계없이 군사당국자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의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새로운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제재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다가 이번에 가결된 통합법안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 내용이 포함되고, 미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등 북한 주변국 간 관계가 와해되는 상황도 부정적 요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 무력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가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로 본다"며 "그러나 향후 북한 문제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회복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주도권은 북한과 미국이 갖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남북관계 회복에 관한 입장을 일관되게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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