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 현장에서 느끼는 단상
필리핀 선교 현장에서 느끼는 단상
  • cwmonitor
  • 승인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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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영 목사 시인, CCC 편지 주간

‘수상 가옥’(水上家屋) 하면 무척 아름다운 강이나 바다에 고급스럽게 지어진 화려한 집을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의 수상 가옥은 우리가 생각하는 특권 부유층의 별장 개념의 집이 아니었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의 차(差)가 하늘과 땅 같은 필리핀에서 수상 가옥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수상 가옥과는 천당과 지옥의 차만큼 컸다.

마닐라 근교에 자리한 파식(Pasig) 지역에 있는 ‘Vision of Victory in Christ Fellowship’ 교회에서 단기선교 사역을 감당했던 한국C.C.C. 학생들은 수상 가옥(?)이 있는 마을로 전도지를 들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물 위에 지어진 집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를 떠올리며 기대감을 갖고 찾아간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썩은 시궁창 물이 흐르는, 악취가 풍기는 곳에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 자리한 집들은 화장실도 없어 아무 곳에나 배설하여 악취와 가난 속에 방치된 그야말로 짐승을 키우는 우리만도 못했다. 썩은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혹시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학생들은 울면서 복음을 전했다. 이들에게도 주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리핀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모든 부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삶의 환경이 당장 달라질 수 있는 길은 없다. 아니, 어쩌면 죽을 때까지 가난과 악취를 벗삼아 살다가 갈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자라 자식들에게까지 가난과 악취를 유산으로 물려 주고 떠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더욱 필요하다. 이 땅에서 누려보지 못한 삶을 영원한 천국에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상 가옥 이야기를 쓰다 보니 1991년 여름, 필리핀의 대표적 슬럼가인 스모키마운틴 지역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쓰레기 더미 위에다 집을 짓고 살면서, 쓰레기 더미 위에다 옷을 빨아 널고, 아이들은 놀 데가 없어 움푹 패인 웅덩이 속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전체 인구의 67퍼센트가 카톨릭 신자라고 하는 데도 왜 저들을 저렇게 내버려 둘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예수님께서는 벳새다 광야에서 굶주림에 처한 군중을 보시면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고 하셨는데, 소위 예수의 제자라고 자부하고, 온갖 성상(聖像)과 성구(聖句)를 아무 곳에든 장식하고, 써서 붙이고 다니면서도 굶주림에 처한 자기 이웃 하나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필리핀의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정치,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필리핀의 종교와 권력과 부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가톨릭 신도들이 성서적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생각이 머물렀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야고보서 2장 26절에는 말씀하고 있는데, 형식만 남아 있고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수를 떠나서 회칠한 무덤과도 같은 것이다.

아무리 그 종교의 신도수가 많다 하더라도 영향력을 상실한 종교는 거대한 공룡의 화석처럼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보고 느끼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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