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이 되던 주5일 근무제가 지난 10월 2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를 보게되어 빠르면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주5일 근무제의 실행에 따라 노동 일수가 하루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 새로운 사회적, 신앙적 문제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새로운 선교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우리 교회는 주님 나라 이루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노동의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일터에서의 시간이 줄어들고 가정에서의 시간, 여가 시간, 휴식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너무 많은 노동에 시달리던 한국의 근로자들에게 휴식과 채충전의 시간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늘어난 휴식과 여가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아직 여가 문화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여가를 이용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자칫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여가활동에 몰두함으로써 정신적 영적으로 불건전한 일이 생겨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여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불평등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노동의 영역보다 소비의 영역에서 불평등은 더욱 확연히 드러나는 법이다. 여가 시간은 주어졌지만 그것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주5일 근무제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일용근로자, 계약제 근로자 등과 정규근로자 사이에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노동자들 사이의 분화와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비용의 증대를 아무런 조직력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할 경우 불평등을 넘어선 사회적 부정의에 이를 위험까지 있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주5일 근무제의 실시에 따라 사람들이 주일도 지키지 않고 여가를 즐기러 나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만 빠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제적인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늘어난 여가 시간이 부담스러워지는 사람들에게 비상업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인 여가 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을 교회 안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교회에서 일반 사회의 상업적인 여가 프로그램과는 다른 아름다운 공동체성을 드러낸다면 교회는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성도들의 깊은 영적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대전제로 해야만 한다. (영적 필요가 채워지지 않으면 교회의 그 어떤 프로그램도 의미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다.) 교회는 또한 주5일 근무제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 현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쪽에서는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누리면서 물질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까지 누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다른 한 쪽에서는 낮아진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서 휴일까지 근무해야 한다면 공동체는 병든 것이 되고 만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제정하시면서 종과 이방인과 동물들까지도 쉬게 한 것은 휴식의 공동체성을 말씀하신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햇빛을 받지 못하고 그늘에 있는 사람들 즉 저임금, 비정규, 계약직,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저들이 고통 가운데서 여호와께 부르짖을 때 주님은 우리 교회에도 그 책임의 한 부분을 물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노치준 교수